ADHD 치료제 콘서타 복용 후기, 부작용(ADHD 4편)
- 목차
- ADHD 치료제 종류 및 특징
- ADHD 치료제 분류
- 콘서타 특성
- 콘서타 효과
- 용량 증가
- 약물 의존성과 부작용
- 단약
ADHD 치료제 콘서타 처방 및 복용
ADHD임을 진단 받고 콘서타를 처방받았습니다. ‘콘서타 OROS 18mg’. 용법도 편하고 당장 크게 부작용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을 미루고, 하지 못하는 ADHD로서는 하루 한 번만 먹으면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약을 정말 즐겨 먹었으며, 아침에는 어서 빨리 먹고 싶었고, 먹은 후의 만족감은 굉장했습니다.
ADHD 치료제, 콘서타 OROS
‘콘서타’는 ADHD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입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ADHD 치료제의 80% 이상이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인데, ‘콘서타’는 그 중 독보적 1등입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에 해당합니다. 통칭 ‘각성제’, ‘공부 잘하는 약’.
서방정 타입의 알약이며, 서방정은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알약’이라는 뜻입니다. 방출(몸에 흡수)이 천천히 지속되며, 장시간 요동 없이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합니다. 즉 콘서타는 지속시간(12시간) 동안 두뇌가 일정하게 팽팽 잘 돌아가는 기적의 명약인 것입니다.
복용 효과
효과는 드라마틱 그 자체였습니다. 구석에 쌓아놨던 잡동사니를 순식간에 치워버리고, 미루던 할 일을 하루 만에 해치웠습니다. 회사에서 일에 치이던 사람이 일을 미리 치워버리고 놀 시간이 생깁니다. 긴장되거나 두근거리고 가슴이 턱턱 막힐 것 같은 일도 태연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불시에 화가 치밀어오르는 ‘급발진’이 사라진 것입니다.
운전할 때만 살아나는 (주둥이) 파이터 기질이 싹 사라졌고, 딸들이 집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아도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새사람이 된 것 같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마음은 평온하고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얼마 못 갔지만.
복용량과 건강 상태 변천사
ADHD 치료제는 아이들의 발달 지연된 뇌를 실제로 고칩니다. 물리적으로 뇌의 발달 저하가 분명한 어린이도 치료제를 먹으면 정상 뇌와의 용적 격차가 줄어듭니다. 그러나 성인은 다릅니다. 치료제는 ‘성인 ADHD 환자의 고장 난 뇌를 고치지 못한다’가 정설입니다. 그저 약을 먹고 그날을 증상 없이 사는 것입니다. 약을 먹어야만 일반인처럼 돌아가는 뇌. 약을 먹지 않으면 고장 난 상태로 살아가는 뇌.
콘서타의 일반적인 특성이야 검색하면 금방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로 먹고 부작용을 겪은 사람의 상세한 글은 흔치 않기에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어느 포인트에서든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콘서타 1~2개월 차
콘서타는 18mg, 27mg, 36mg, 54mg, 72mg 단위로 처방이 됩니다. 병원에서 처음에 18mg을 처방해주는 게 옳았겠으나, 최소단위 용량이고 곧 증량할 가능성이 높다며 18mg을 1일 2알씩 처방해주었습니다. ‘슈퍼맨을 만드는 약이 아니다’라고 덧붙이더군요.(중요)
18mg을 2알 주니 구성법이 다양했습니다.
- 18mg만 먹기 – 정상적인 방법
- 18mg 먹고 몇 시간 후 18mg 또 먹기 – 작용 시간을 늘려 하루 18시간 가까이 활동 가능
- 36mg 한 번에 먹기 – 더블 스트렝스!
콘서타로 신세계를 경험하며 첫 2개월을 보냈고, 낮에는 새사람이 되어 살다가 저녁이 되면 약효가 떨어져 본래보다 더 심한 ADHD가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는 팔팔 날아다니다가 저녁에 가족과 있을 때 퍼지는 원치 않는 패턴이긴 했으나 모든 것이 감사했고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이 기간 콘서타 18mg 1개는 왠지 불만족스러웠고, 2개는 손떨림이 있었기에 18mg 1알만 먹으며 2개월을 보냈습니다.
콘서타 3~4개월 차
18mg은 부족하고 36mg은 많다고 하니, 페니드와 조합해줬습니다. ‘콘서타를 오전에 먹고 저녁에 약발이 떨어지면 페니드로 부스팅 해 자기 전까지 버텨라’가 처방이었습니다. 저는 콘서타의 효과 연장만을 원했으나, 페니드는 아예 다르더군요. ‘속방정’이었으므로, 먹고 30분쯤 후에 잠깐 살아났다가 2시간도 안 되어 전보다 심한 고갈상태가 되었습니다. 혈중 농도가 포물선을 그리듯 높아졌다가 뚝 떨어지는 약이니, 제 체력도 같이 뚝 떨어졌습니다. 용량 5mg, 숫자는 낮으나 한 번에 치고 올라가는 효과가 큰 듯했습니다. 잠시 과각성 상태였다가 금세 바보가 되는 매직.
큰 부작용을 못 느꼈던 콘서타에 비해 페니드는 두통이 있었기에 매일 먹지는 못하고 또 콘서타18mg으로 버티며 2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밤늦게까지 집안 일을 해야 할 때는 저녁에 페니드를 먹었습니다. 뭔가 짜증 날 것 같은 낌새가 보이는 날도 페니드를 먹었습니다. 점점 약쟁이가 되어갔습니다.
콘서타 5~6개월 차
18mg은 적고, 페니드는 머리 아프다고 말해 페니드를 빼고 콘서타 27mg으로 증량했습니다. 다시 첫 복용 때 같은 고양감이 찾아왔습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이 확실하죠. 머리는 팽팽 잘 돌아가는 것 같았으나, 냉정히 보자면 쓸데없이 잡스러운 일 위주로 후다닥 해치우기만 하고 자기 계발이나 공부 같은 데에는 머리를 잘 못 썼습니다. 아예 그럴 생각이 없던 시절이기도 했고. 그저 할 일을 찾아 끊임없이 일하는 고효율 일개미 같은 상태였습니다. 저녁에 체력이 고갈되어도 뇌는 잠 잘 생각을 잃고 점점 늦게 잤습니다. 피곤함이 쌓여도 대충 자고 아침에 약으로 몸을 깨워서 강제로 돌리면 그만이었으니까요.
이후(시기 기간 불분명)
부작용 없는 신의 알약 같던 콘서타에 나도 모르게 젖어 버리고, 27mg으로도 저녁에 체력이 고갈되니 36mg으로 증량을 합니다. 사실은 18mg에 비해 27mg이 과량이었기에 체력을 더 빨리 당겨다가 쓰고 더 심한 깡통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저 더 ‘팽팽’ 돌아가는 상태만을 원했고, 이미 정신은 약물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약을 안 갖고 출근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오로지 약 생각만 하는 약쟁이.
이 지경 이전에 의사의 주도적인 역할이 있었어야 했으나, 두 달에 한 번 상담한다고 해서 의사가 저를 파악해 주기는 어려웠겠죠. 이래서 이 약은 위험합니다. 애초에 먹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36mg을 먹으며 고갈은 가속화됐고 아픈 곳이 많아졌습니다. 몸이 망가지고 있음을 깨달았으나 이미 건강은 바닥을 쳤습니다. 이 시기에는 부부싸움을 많이 했는데, 아내에게 짜증 내는 빈도와 수위가 역대급이었습니다. 가정의 위기랄까. 짜증 내지 않게 되는 것이 이 약의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약을 먹어도 짜증을 내고 있으니 뭔가 잘못됨을 느꼈습니다.
36mg에서 4~6개월 정도 머물다가 27mg으로 용량을 줄였고, 몇 달 만에 다시 18mg으로 줄였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후였습니다. 용량을 줄여도 약 먹기가 점점 무서워졌습니다.
부작용-염증, 호흡기 질환
18mg~36mg으로 증량하던 중, 원래 걸려본 적 없던 부비동염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상부 호흡기 염증을 달고 살았으며, 코로나에 걸리고, A형 독감에 걸린 후 두 달 만에 B형 독감을 겪었습니다. 이후 독감에서 이어진 폐렴으로 수 개월간 항생제를 먹었습니다.
어느 날 출장 간 곳에서는 야간에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호흡이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가래가 나왔습니다. 혼자 무섭더군요. 119를 불렀어야 했는데 무식하게 버텼습니다. 2시간 간격으로 덱시부프로펜-타이레놀을 번갈아 복용했고, 출장기간 중 매일 수액을 맞았습니다.
하도 자주 아프니 치료제 떨어지기 전에 심하게 아파 병원에 다시 갈 때가 많았고, 집에 약이 쌓여갔습니다. 십여 년 전에 치료 후 유지 중이던 천식이 다시 재발했고, 병이 없을 때도 이유 없이 미열이 나는 일이 흔해서 진통 해열제는 거의 영양제처럼 복용했습니다. 병원비 약값만 합쳐도 꽤 되겠네요.
모든 게 한 번에 온 게 아니다 보니, 콘서타 때문이라 확신하기엔 어려웠습니다. 다만 인생 전반을 돌아보았을 때, 이렇게까지 아팠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지금은 확신합니다. 콘서타 때문이었다고.
그 질환들을 겪으면서도 콘서타를 안 먹으면 원래보다 더 심한 ADHD 환자가 됐으므로 어찌됐건 콘서타는 먹어야 했습니다. 아내도 제가 약을 안 먹으면 짜증 낸다면서 계속 약 먹을 것을 종용했습니다. 약이 없으면 정상 생활이 안 된다니, 정말 마약 같지 않습니까?
단약
건강이 경각에 달했음을 느끼고 나서야 콘서타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단약 초기에는 아내에게 사실을 숨겼습니다. 약 먹으라고 할까 봐. 애증의 콘서타를 끊고 나서야 호흡기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약은 끊었으나 다시 ADHD 티 내며 굼벵이처럼 살기 싫었슶니다. 충만한 하루가 어떤 건지 맛을 봤기에, 생각이라는 걸 하며 책도 읽고 몸에 대해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의지대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기에 지금은 약 없이도 ADHD 증상을 조절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짜증을 (많이) 내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을 잘 합니다. 예전보다 덜 잊어 먹고 더 생각하며 먼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합니다. 각성 상태의 뽕 맞은 맛은 아닐지언정 충분히 필요한 만큼 집중하고 건강히 잘 삽니다.
읽고 계신 분이 콘서타를 드실 성인 ADHD분이시라거나, 가족이 콘서타 등의 약물을 드신다면 다음에 쓸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결론
콘서타는 내일의 체력과 생명력을 끌고 와서 오늘 미리 사용하는 약입니다. 최소한 저에게는 그랬다는 말입니다. 이 약을 드실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혹시나 이 약을 각성 목적으로 처방받으시려 하는 분이 계신다면 다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ADHD 치료기 시리즈
- 시리즈 1편-ADHD 환자가 쓰는 ADHD 정의, 원인, 증상
- 시리즈 2편-ADHD 증상, 짜증과 급발진, 가족과의 갈등
- 시리즈 3편-ADHD 진단법 및 병원의 진단 과정
- 시리즈 4편-ADHD 치료제 콘서타 복용 후기, 부작용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