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리단길 맛집 전주 연지본관(우두탕)

객리단길 맛집 연지본관

전주에서 ‘시내’라고 불리는 동네에 자리 잡은 연지본관. 자의 반 타의 반 전주 토박이로 살며 가 본 지역 식당 중, 가장 오래된 곳입니다. 거의 30년을 다닌 집이며, 현재의 가게 위치로 이전하기 전 좁은 귀퉁이 가게였을 때부터 아버지와 다니던 식당입니다.

메뉴판에 여러 가지가 있고, 비싼 메뉴도 싼 메뉴도 먹어봤지만 가장 먹기에 무난한 것이 우두탕입니다. 보통 국밥집에 가면 설렁탕을 많이들 먹는데,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연지본관(당시에는 연지회관) 우두탕을 먹었던 입장에서 웬만한 곳 설렁탕은 그냥 고깃국물 맛을 낸 가짜 국밥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이 집의 국물은 진하고 맛이 깊습니다. 고기 양도 많습니다. 쫀득한 머리 고기의 느낌이 낯선 분은 처음에는 고기 중 몇 점이 거슬릴 수 있으나 적응되실 겁니다.

우두탕

아주 예전 이름은 우족탕이었습니다. 아주 아주 예전. 우족탕이라는 이름으로 팔 때와 지금 우두탕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맛도 내용물도 그대로입니다. 다만 ‘족’보다는 소머리 고기가 많이 들어가므로 우두탕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게 아닌가 생각만 할 뿐입니다.

설렁탕

보통 삶은 소면을 접시에 따로 주는 곳이 대부분인데, 이 집은 소면보다 조금 굵은 면을 처음부터 탕에 말아서 내줍니다. 면이 들어있어서인지 국물 맛이 우두탕과는 사뭇 다르며, 허여멀건한 국물에 아무것도 없이 고기 몇 조각 있는 타 식당들보다는 맛있지만 우두탕보다는 못한 그런 맛이 납니다. 고기는 보통의 설렁탕이라고 하기엔 많이 들어있습니다. 부드러운 고기가 맛이 좋습니다. 제가 먹을 메뉴로 설렁탕을 시킨 적은 없기에 정확한 맛 평가는 어려우나, 아내는 조미료 맛이 강하다는 맛을 하기는 했습니다.

다른 메뉴

우두탕만 즐겨 먹었지만 가끔은 다른 것도 느낌 정도만 써보겠습니다.

모듬탕은 여러 가지가 많이 들어있긴 하지만, 부산물이 다양하게 들어가다 보니 입맛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이 있어서 오히려 별로였습니다.

도가니탕은 고기가 아니므로 막상 먹기 싫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관절만을 위해 입에 밀어 넣는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랄까.

밑반찬

밑반찬은 묵은김치, 겉절이, 상추 무침, 깍두기 등이 나오는데, 무턱대고 달지 않고 먹을 만합니다. 깍두기만 조금 달았습니다.

이 집 음식은 간이 안 된 채 나오며, 테이블이 비치된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국밥집에서 보통 나오는 양념장(다데기) 대신 고춧가루가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탕 속의 고기를 건져 초장에 찍어 먹으면 새콤달콤 쫀득한 맛이 꽤 괜찮습니다. 저도 그렇게 먹었었고 다른 테이블 손님들도 주로 그렇게 먹습니다. 다만 현재 저는 설탕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보니 초장에 찍어 먹지 않고 새우젓에 먹었습니다. 새우젓은 기본으로 제공되진 않으며 달라고 요청하면 주십니다.

주 이용 고객 연령층

식당에 가 보면 20대는 거의 없고 30대도 드물며, 50~70대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집을 진짜 맛집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찌든 냄새 나는 음식인 것도 아닙니다. 저도 20~30대에도 계속 다녔고, 지금 10살도 안 된 제 딸들도 잘 먹으니까요. 이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이 먹는다는 건 그 누구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대와 30대 시절을 보내며, 그 나이 대의 사람들이 가는 식당에 주로 갔지만, 워낙 국밥을 좋아했고 이 맛을 내는 집을 찾긴 힘들어서 종종 가서 먹었습니다. 생활반경에 전혀 가깝지 않아서 일부러 찾아가야 했지만 저는 갈 때마다 만족이었습니다. 와이프가 레스토랑쪽 음식을 좋아해서 자주는 못 갔습니다. 흔한 한국 남성의 삶이란 그런 거죠.

인테리어, 분위기

가게는 이제 꽤 낡았고 고급스럽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그 목적으로 가지 않으니 저는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2층도 같은 식당인 듯하지만 올라가 본 적은 없습니다. 우선은 1층으로만 유도를 합니다.

가게 입구 근처에는 기안84, 황정민, 정우성, 조정석 등 유명인이 남긴 사인이 걸려있습니다.

주차, 편의

차량 20대 정도 들어가는 전용 주차장이 가게 옆에 있어서 주차 불편함은 없으며, 가게 앞 도로도 암묵적으로 갓길 주차를 다들 합니다.

개인적인 의미

아버지는 몸이 힘든 느낌이 들면 이 집에서 우두탕을 드십니다. 기력이 충전된다고 하시는데, 기분 탓인지 실제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설탕 범벅 음식보다는 이게 좋다는 건 정확히 알지만요. 부모님 모시고 조만간 다시 가 볼 생각입니다. 물론 아버지가 제 나이일 때 저를 데려가셨던 집에 제가 모시고 가려 하니 기분이 사뭇 서글픕니다.

아버지와 가면 이례적으로 수육을 시켜볼까 합니다. 대식가에 가까운 아버지와 제 입장에서 보통 식당의 수육은 비싼데 먹을 게 없는 편인데 이 집 수육은 어떨지 먹어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