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반식당, 남이 정성스럽게 구워주는 고기
고반식당 추천
전주 에코시티 고반식당에서 고기 먹고 왔습니다. 인근 고깃집 중 괜찮다는 얘기를 듣던 곳이라 기대하고 다녀왔습니다. 아이들과 식당에 가면 혼란스럽지 않은 자리가 중요한데 다행히 한쪽 여유로운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고반 커플 세트(삼겹+목살+촌 된장찌개)를 주문했습니다.
인테리어 및 내부 공간 느낌 : 넉넉함
간혹 테이블이 좁아서 핸드폰 하나 올려둘 자리도 없는 고깃집이 있는데, 여기 테이블은 넓었습니다. 물론 6인석에 4인이 앉아서 그렇긴 했으나 타 테이블 손님들도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배기가 잘 되는 것인지 매캐한 연소생성물 냄새도 없었고, 고기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인테리어는 깔끔했고 고급스러운 편이며, 의자나 테이블 등에 끈적임도 없었습니다. 벽 쪽 의자는 붙박이이며 통로 쪽 의자는 가방 등을 넣을 수 있는 스툴입니다. 스툴 내부는 깨끗했습니다.
고기 맛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준 음식이죠. 구워 주신 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습니다. 입 짧은 9살 딸이 한 점 먹고는,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라며 또 먹는 걸 보니 어린 입맛에도 맛있나 봅니다. 큼지막하게 구워진 고기는 육즙이 아주 풍부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아이들 먹기 편하게 아이들 용으로 작게 따로 구워 주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작게 구우면 육즙이 적었을 테니 저는 별로라고 생각.)
평소 목살보다 삼겹살을 매우 높이 쳐주는 입장이고, 실제 목살보다 삼겹살이 비싸기도 하므로, 목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목살 나름의 부드러운 맛이 참 좋았습니다. 삼겹살은 고소한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가 좋았고, 숙성된 두툼한 고기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고반 커플 세트(삼겹살+목살+촌 된장찌개) 세트를 시킨 덕에 삼겹살과 목살을 번갈아 먹었는데, 한 가지만 계속 먹는 게 아니니 먹는 즐거움이 더 있었습니다. 고기를 혼합하여 시키는 것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삼겹살이 더 맛있었습니다.
고기 익는 속도
숯불 + 두툼한 고기= 매우 느린 속도 주의
직접 고기를 굽지 않으니 기다리는 내내 대화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숯불에 굽는 데다가 고기가 두꺼워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길었습니다. 주문 후, 직원이 밑반찬부터 세팅하고, 항아리 같은 통 안에 숯불을 세팅하고, 직원이 고기를 들고 와서 굽기까지 참기 힘들었습니다. 배 고플 때 가서 주문했는데 고기 익을 때까지 밑반찬을 엄청 집어먹었습니다. 반찬을 먹으며 속을 달래도, 아무리 겉절이를 집어먹어도 고기는 익지 않는 영겁 같은 느낌. 기다리니 익기는 익더라구요.
저희 구워 주는 전담 직원분이 계셨는데 계속 저희 테이블에만 계신 게 아니라 왔다 갔다 하시더군요. 첫 번째 주문한 고기는 계속 집중하여 구워 주셨지만, 두 번째 2인분 추가 주문했을 때는 옆테이블 구워 주면서 저희 쪽은 띄엄띄엄 손봐 주시기도 했고, 옆 테이블에 집중할 때 저희 고기는 찬밥 대우 받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 고기는 측면을 익히기 위해 서 있는 것인가? 아니면 타 테이블 고기 굽는 동안 대기하도록 세워둔 것인가?
첫 번째 주문한 고기 양으로 배가 차지 않아 추가시킨 두 번째 고기도 첫 번째 고기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기다리는 사이에도 매우 지루했습니다. 추가 주문하려면 이전 고기가 다 구워지자마자 주문하는 게 좋겠습니다. 어느 정도 먹다가 추가했더니 먹던 흐름이 끊겨서! 다시 겉절이를 먹으며 기다리니 슬슬 포만감이 느껴지며 두 번째 고기는 ‘아까우니 밀어 넣자’ 하는 느낌으로 먹었습니다. 느리게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긴 합니다. 강제 건강식이라고 할까.
밑반찬
된장찌개(유료)
사실 돈을 냈으니 밑반찬은 아닌데, 그렇다고 메인도 아니죠. ‘촌 된장찌개’가 포함된 ‘고반 커플세트2’ 세트 메뉴니까 나왔는데 이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커다란 뚝배기에 얕게 깔아 (제 기준) 조금 나옵니다. 다른 고깃집에서는 그냥 주는 된장찌개를 4천 원 내고 시킨 셈인데 딱히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으며, 넓은 그릇에 작은 차돌박이 딱 두 점 들어있으니 약 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안 시킬 겁니다.
기타 밑반찬
- 새송이버섯-고기와 함께 구워 줌
- 명이나물- 알고 있던 그 맛
- 멜젓- 불판에 달궈 줌. 고기 찍어 먹으면 맛있음. 그러나 ‘강렬한 젓갈 맛으로 먹을 거면 비싼 고기를 왜 먹나?’ 하는 생각은 매번 듦
- 겉절이- 아삭, 달콤. 고기 익기까지 긴 시간 나의 동반자
- 계란찜- 봉긋 솟아오른 폭탄 계란찜. 아이들이 잘 먹으며, 부드러운 편
- 상추
- 고깃집에서 처음 보는 뜨악한 비주얼. 두 번째 받은 것도 같은 상태
- 갈변된 건지 묻은 것인지. 밑둥이라도 잘라내서 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 찝찝하여 잘라내고 먹음
- 농약 없이 키운 것일 거라고 자기 최면 걸고 먹음
- 맛은 있음
메뉴판
메뉴판 참고하세요. 역시나 요즘 술값은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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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후기를 쓰면 주류나 음료수를 1병 줍니다. 중간 영수증 달라고 하면 돈 내기 전에 영수증을 주며, 후기 작성하고 직원분에게 보여드리면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 주십니다. (업로드 전 사전 검열)
저는 사실적으로 맛있다고 썼으나 다른 분들은 과연? 네이버 후기 자체를 못 믿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다음 방문 시 주문 작전
- 세트메뉴 대신 ‘숙성 생삼겹살’ 2인분 + ‘숙성 생목살’ 2인분 주문
- 추가 주문은 최대한 빠르게 (중요)
주차
가게 앞에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라고 안내되어 있으며, 가게 바로 앞 길은 주정차 단속 구역입니다. 지하 주차장이 있는지 모르고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는데 주차료는 저렴한 편입니다. 저공해차량 (하이브리드 차량 포함)은 공영주차장 주차료 50퍼센트 감면됩니다. 저는 50퍼센트 감면받아 900원 냈습니다.
가게 지하 주차장은 무료입니다. 가게 바로 좌측에 지하주차장 입구가 있습니다.
총평
- 장점
- 고기가 맛있습니다.
- 아이들이 잘 먹으니 좋습니다.
- 구워 주니 편합니다.
- 인테리어가 마음에 듭니다.
- 단점
- 고기 익는 데에 오래 걸립니다.
- 된장찌개가 유료인데 맛이 없습니다.
- 상추가 맛있는데 상태가 안 좋습니다.